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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 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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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닉슝이 작성일99-04-28 10:18 조회4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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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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