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속의 그녀 > 좋은시모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좋은시모음

우산속의 그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닉슝이 작성일99-04-15 10:18 조회573회 댓글0건

본문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가 재작년 여름이었다.
 
 그 당시 나는 마땅한 아르바이트가 없어 비가 오는 날 우산 파는 일을 했었다.
 
 다행히 그 해 여름은 비가 짧고 굵게 자주 와서 장사가 괜찮았다.
 
 여름동안 잘만하면 다음 학기 등록금은 다 못벌어도 비슷하게까지는 만들수 있
 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7월 초, 아무역 앞에서 우산을 팔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도
 
 평범한 그녀가 나타났다.
 
 "우산 하나 주세요"
 
 "예...2500원 입니다."
 
 "그렇게 비싸요. 저쪽은 2000원이라고 그러던데"
 
 그 말은 뻥이다.
 
 내가 알기로 자판대에서 파는 우산은 3000원이었다.
 
 아마 가격을 깎으려는 너무 상투적인 방법이다.
 
 "그럼 저쪽가서 사세요."
 
 "네? 무슨 우산장사가 그래요."
 
 "아니 싼데 가서 사시라구요."
 
 "별....흥"
 
 나는 그녀가 자판대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판대에서 뭐라고 얘기하더니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자판대 앞에 우산 놓는 통이 비어있었다.
 
 아예 우산이 떨어진 것이었다.
 
 방학이 끝날무렵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 희선씨. 이제 저 그만 나와요."
 
 "예?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아니라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해요."
 
 "학생이셨어요? 저 몰랐어요."
 
 "제가 얘기 안 했나요?"
 
 그리고 보니 우리 둘은 너무 상대편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그녀가 회사 다닌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내가 당연히 우산장수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게 방학동안에 마지막 만남이었다.
 
 일주일후 학교에서 첫 수업을 받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희선씨가 곧 나타나겠구나. 헉 아니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여기는 학교지.'
 
 비는 그치지를 않았다.
 
 '그 정신빠진 여자가 우산을 또 잊어먹었을 거고 어떻하지'
 
 '이런 비가 점점 더 쏟아지네.'
 
 '역에 올 때가 되었는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289
어제
1,244
최대
1,394
전체
179,698
그누보드5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