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石門) > 좋은시모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좋은시모음

석문(石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닉스^^ 작성일00-02-24 10:43 조회615회 댓글0건

본문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p>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p>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p>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자루도 간직했습니다.<p>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년이<p>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p><p><p>    길슴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p>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물을 닦으랍니까?<p>    두 볼은 예전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p>    푸르러 감은 어찌합니까?<p><p>    몇 만의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p>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p>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p><p>    어둔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p>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p><p>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도<p>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p>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p><p>                            석문, 조지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749
어제
1,200
최대
1,394
전체
175,117
그누보드5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