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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닉슝이 작성일99-08-19 10:18 조회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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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때
 뮤직박스 하나를 갖고 있었다
 태엽을 감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집착했던 것
 유리상자 안의 인형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 머리맡에 늘 놓여 있던
 뮤직박스
 나 잠이 들면
 세상 전체가 뮤직박스가 되어
 별자리들의 음악에 맞춰
 끝없이 돌아가곤 했다
 그것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슬픔을 잊었다
 
 나는 나이를 먹고
 뮤직박스는 어느새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이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집착했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세상 모든것을 잊었다
 당신이 내 태엽을 감으면
 나는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뮤직박스 속의 인형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당신은
 그 뮤직박스를 버렸다
 아무도 태엽을 감아 주는 이 없이
 춤을 추던 그 동작 그대로
 나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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