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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아가씨 #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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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닉스^^ 작성일01-06-17 15:37 조회8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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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다................................................................



내 몸 전체에 커다란 돌덩이라도 얹어놓은 것처럼 무겁게만 느껴진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저 멀리 희뿌연 안개가 걷히며 내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연신 하하거리며 웃어대는 모습이었고,

내 옆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재영이가 서 있었다.

하지만.....지금 나는 여기 이렇게 서 있다.

그런데 저기에 보이는 나는 도데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왠지 석연치 않은 생각에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상당히 작다 싶은 키에...애띤 얼굴을 하고 내가 거기에 있었다.

분명 고등학교 또래 애들로 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영화 속 필름처럼 펼쳐지던 상황은 어느새 옛날 내가 살던 자그마한 집으로 변해있었
다.

내 방에서 문을 꼬옥 걸어 잠그고, 한 구석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흐느끼고 있는

마냥 갸냘퍼만 보이는 자그마한 사내아이가 앉아있었다.

또 다른 한 쪽 방에서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만.....이건 분명

나의 어릴적 모습이었다.



술을 먹고 노름을 하고 다니시던 아버지.

그래도 밤에는 항상 들어오시던 아버지가 차츰 뜸해지는가 싶더니,

그게 일주일에 하루 들어오시는 꼴이 되고 시간이 더 지나자 한 달에 한번 꼴로 바뀌
는 것이었다.

으레 그렇게 집에 돌아오시는 날은 씩씩거리며 항상 화가 나 있는 얼굴이었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의 머리를 뒤에서 휘어잡고 안방으로 질질 끌
고 가셨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나는 형과 함께 방으로 도망을 가 문을 꼬옥 걸어 잠그고

무서움에 벌벌 떨며 지내곤 했었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아버지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신다.

한참이 지나고 나면, 상기된 얼굴로 문을 걷어차고 나오시곤 하셨다.



어느날인가....

다투시고 나온 아버지는 주방에 앉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셨고,

안방에서 계속 들려오는 구슬픈 흐느낌 소리... 어머니였다.

나와 함께 방에 있던 형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방안을 뒤지고 다녔다.

겁을 먹은 나는 놀란 토끼 눈으로 그런 형을 아무 말없이 바라만 보았고,

이내 서랍을 뒤지던 형은 학교에서 미술시간에나 쓰는 조각 칼을 꺼내어 들고 거실로
뛰어나갔다.



형은 미친듯이 뛰어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 죽어.....!!!!! \"



평소 그렇게 침착하고 날 지극히 챙겨주던 자상하던 형의 모습은

이미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후 였다.

그러더니 이내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 이런 미친 새끼가... \"



작은방 문을 살짝 열어 주방을 내다보았다.

형의 손에 들려있던 조각 칼은 아버지의 왼쪽 허벅지에 꽂혀있었고,

형은 씩씩 거리며 아버지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이내 허벅지에 꽂혀있던 조각 칼을 빼 들어 집어 던지시고는,

오른쪽 손을 치켜올려 형의 따귀를 세차게 내리치셨다.



짝...하고 울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

형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아버지는 그런 형을 욕 을하며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안방에서 갑자기 어머니가 뛰쳐나오셨고,

그런 아버지를 뜯어 말리기 시작하셨다.



어머니 : 여보... 이러지 말아요... 잘못했어요...여보 ( 애절한 눈빛으로... )

아버지 : 네 년이 이따위로 애들을 내버려두니깐 싸가지가 없잖아 ? ( 불같이 화를 내
며... )

어머니 : 여보..흑흑...제발......( 서럽게 울며... )

형 : 컥..컥... 허억..허억..허억.. (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

어머니 :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 께요.

도..돈 잠깐.잠깐만 기다려요... ( 우리 방으로 뛰어오시며... )



그렇게 방에 뛰어들어오신 어머니는 내 책상 제일 밑 서랍을 열고,

손을 쑤욱 집어넣어 그렇게 헤집으시더니, 이내 꾸깃꾸깃해진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
다.

몇 일전 학교 앞에서 붕어빵장사를 하시던 어머니가 일찍 집에 돌아오셔서,

나를 쳐다보며, 여기 있는 거 손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던 그 봉투였다.

그걸 잠깐 바라보시더니, 급히 몇 장을 꺼내 주머니에 넣으시고는

봉투를 들고 아버지에게로 뛰어가셨다.



어머니 : 여보.. 여기..돈... 제발... 그러니깐 이제 그만해요.

흑흑흑..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흑흑...

아버지 : ( 봉투를 열어보시고는 씩~ 웃으시며... ) 네 년이 거짓말이나 하니깐 그렇
잖아. 흐흐

근데 말이야... ( 형을 내려보시며... ) 이 새끼가 어디서 감히

나한테 칼을 들이대고 지랄이냐고? 어? ( 버럭 화를 내시며... )



그러더니..이내 형을 다시 두들겨 패기 시작하셨다.

어머니의 말림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형은 바닥에 \" 컥, 컥 \" 대며.... 누워있었다.

................................................................................
...........

...............................................................

.....................................

...............

......


거대하고 세찬 파도가 막 휩쓸고 지나간 듯...... 적막감마저 돌았다.

형은... 작은방에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땀을 흘리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연신 울먹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새벽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살짝 떴다.

내 옆에는 어머니가 목이 메어 흐느끼시며 형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몸을 뒤로 돌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었다.

나는 어린마음에 들키기라도 할 까봐 가슴을 졸이며 눈을 꼬옥 감고 있었고,

어머니의 손이 내 머리를 한번 쓸어올렸다.

분명.. 힘없이 떨리는 손 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문을 열며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얼른 눈을 떠 숨을 죽여 따라나가 보았다.



어머니의 한 손에는 커다란 짐 가방 같은 게 들려있었고,

또 한손 에는 하얀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이내 현관 신발장 위에 그 봉투를 올려놓으시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셨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던 나는 직감적으로 다신 엄마를 볼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내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작은방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 상필아... 형아 한테로 와...일루와...착하지... \"



나는 울먹거리며 형에게로 갔고,

흐느끼며 이렇게 말을 했었다.



\" 형아..엄마가...엄마가...갔어.... 엄마가... 없어졌어...우왕.... \"

\" 그래..상필이 착하지... 형아가 있잖아... 이리와...울지 말고.... \"



형의 품에 안겨 한 없이 울어댔다.

그때 내 나이... 7살 이었다...





...............................................................( 시간 경
과 )...............





똑.똑.똑...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벌써...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한달 전 몸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간 오빠의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왔었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의사들의 틈을 헤집고 뛰어들어간 곳에는

숨을 헐떡대며,..누워있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옛날 엄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고 왔을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옆에 서서 응급 조취를 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미친 듯이 애원했다.


그러고서는...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16시간에 걸친 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점점 회복되는 좋은 기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질 못 하고 있었다.



나 : 선생님, 오빠는...

의사 : 휴-3 저희도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칼에 맞은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처음 병원에 오셨을 때 머리에서도 출혈이 심해, 검사를 해 보았지만

다행히 머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나 : 근데, 도대체 왜 아직도 안 깨어나는 거죠? ( 떨리는 목소리로.. )

의사 : 정신과에서 내린 진단에 따르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 : ( 놀라 쳐다보며... ) 네? 본인이 원하질 않는다니요? 그게 무슨 말 이예요?

의사 : 그러니까 환자 분께서 깨어나길 희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아까 말씀 드렸듯이 머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대로 깨어난다 하셔도 기억상실증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나 : 네? ( 화들짝 놀라며... )

의사 : 그냥 기다리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굉장히 뭔가에 불안에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젠 환자분 스스로의 싸움입니다. 본인이 용기를 가지고

무의식 속에서 싸워 이겨내셔야 합니다.

저희는 그냥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병원 복도로 나와 힘없이 걷던 나는 스르르 주저앉아 버렸다.

본인이 희망을 하지 않다니...

그럼 오빠의 내면 속에서 깨어나는 걸 원치 않고 있다는 말인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오빠...

내가 있는데, 뭘 그렇게 두려워 하는 거야?

눈을 뜨면 옆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는걸...

왜 희망을 버리려 하는 거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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