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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이별은 혼자할 수 없는거야★☆ 마지막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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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닉스^^ 작성일01-05-03 22:10 조회9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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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이별은 혼자할 수 없는거야★☆

(28)
1998년 12월 31일은 제 평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아니, 영원히 잊고 싶기만 한 날이기도 합니다.

목숨처럼 사랑했던 내 사람을 그렇게 어이없게 뺏겨 버렸던 날이니까요......
이쯤되면 모두들 짐작하실 겁니다.....


슬픈 멜로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인들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죠.
꼭 누군가가 병들어 아프거나... 아님 사고로 죽거나....
그런 결말들을 보여주곤 합니다....
전 세상에서 멜로 영화를 제일 싫어합니다.
아니......증오합니다.....


그날....그 98년의 마지막 날.....
나는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도착하면 내게 전화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집으로 날 데리러 오겠다고 했기 때문에.....
(초행길은 아니었지요. 전에도 몇번 우리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죠.
그래서 부모님도 다 아는 사이였었죠.)


그렇게 애타게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운전중에 오빠는 핸드폰을 꺼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이런 소리만 들리더군요.....


답답했습니다..... 미칠 것 같았죠...
사람의 예감이란 건 무시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뿌옇게 잿빛이었던 하늘......
자꾸만 불안한 생각에 고개를 저으면서 오빠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이 다 되어서도 오빠의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첨엔 눈이 많이 와서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난 자꾸 눈물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내 옆에서 모두 걱정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밤이 늦어서야 울렸던 내 핸드폰.......
그때의 그 핸드폰 소리가 너무도 귀에 생생합니다.
\'사랑의 인사\'...... 그 멜로디가 너무 선명하게 내 가슴을 짓누릅니다.
너무나 떨리는 가슴으로 받았던 그 전화속엔 내가 기다리는 훈영오빠가 아닌
오빠 친구가 침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연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마음 단단히 먹고 들으시란 말입니다...... 훈영이 자식이......\"


갑자기 그 뒷말은 듣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흐르는 눈물.....


\"훈영이 자식이.... 지금.....
영안실에 있어요...여기가 어디냐 하면요......\"


기절을 했습니다.
엄마의 짧은 외마디 소리가 들렸고.....
그 뒤는 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정신을 차리면 내 눈앞에 훈영오빠가


\'임마..... 오빠가 너 만나러 왔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러면서 웃고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런 눈빛의 가족들만이......
내 옆을 지키고 있더군요.....
훈영오빠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찾아갔던 그 사람이 있다던 병원 영안실.......
영안실로 내려가는 지하 계단에서도 난 믿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날 부축하고 따라왔었습니다.
친구도 자꾸만 눈물을 흘립니다.


영안실 입구에 걸려있던 화이트 보드에 정확하게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12월31일 오늘의 사망자 명단.....XXX,OOO......
일곱명인가 쓰여 있었는데 그 중에도 다섯번 째 칸에.....
정확하게....... 내 목숨같이 소중한 그 사람.....
조.훈.영이란 이름이 있더군요.......


또 휘청거렸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오빠의 이름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슬프면 눈물조차 나질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입구에 오빠 친구들 몇 명이 그렇게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내가 다가가니까 모두들 나의 눈을 피합니다......
차마 못보겠다는 얼굴입니다.....
내가 한 오빠의 팔을 붙잡습니다.


\"저기.....오빠..... 우리 훈영오빠..... 그냥 조금 다쳤죠.....?
괜찮죠.....? 괜찮은 거죠.....?\"


그 오빠 날 피합니다.


\"수연씨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시고.....
저기 훈영이 있으니까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보시죠.......\"


마지막이란 오빠 친구의 그 말.....
오빠 친구가 미웠습니다.
마지막이라니.......
우리에게 마지막이란 건 없단 말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친구가 내 손을 이끕니다......
한걸음씩 떼어 놓을때마다......
다른 이들이 지르는 곡소리가 내 발을 따라 옵니다.
조심스레 갔던 곳.......
하얀색 국화꽃 속에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
훈영오빠가 검은 리본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렇게 공허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흑백사진속의 오빠 얼굴.
그 앞에 오빠의 아버지인 듯한 남자분이
제정신이 아닌 듯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난 오빠의 그 흑백사진을 뚫어져라 살펴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아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놓았습니다.........


(29)
어떻게 된 건지.....
정신을 차리니까... 오빠친구 차 안이었습니다.
영안실에서 기절한 나를 오빠 친구들이 데려다 차 안에 눕혀둔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옆에서 자꾸 울고 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오빠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빠가 있을리가 없죠......


그 후 일간지에 조그맣게 오빠의 사건이 실렸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눈길 3중 충돌사고..... 1명 사망 5명 중경상........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 오빠만 그렇게 죽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바보같이......바보같이...... 너무나 바보같이........


오빠 친구들이랑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오빠를 봤었습니다.
시체 보관해 두는 그 어두운 곳에 오빠 혼자
그렇게 꽁꽁 얼어서 쓸쓸하게 누워있더군요......
얼굴을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 일그러져버린 오빠의 얼굴......
그리고 얼마나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면
오빠는 발목이 꺾인 채 그렇게 처참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미친듯이 울부짖어도 돌아올 수 없는 사람.......
오빠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울면서 마지막으로 오빠와 악수를 나누더군요......
구석에서 넋놓고 그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뭔가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그렇게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잡아 본 오빠의 마지막 손길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너무 차가워서 아직도 그 감촉이 손끝에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오빠는 화장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난 보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잃었다 깨기를 수십번.......
그렇게 반복하며 누워지내는 동안
오빠는 깨끗하게 나에게서 떠나버리고 없더군요.......


아무리 미친 듯 울부짖고 찾아도 오빠는 내 손 하나 잡아주지 못하고......
내 눈물도 닦아주질 못하더군요......


99년 한 해를......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휴학을 했고.....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걸려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내가 혹 자살이라도 할까봐 가족들은 노심초사 나를 감시하는 눈치였고
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한 넉달 정도 입원을 했었죠),
그냥 하루종일 아무 말없이 창살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그 병실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슬프거나 기뻐서 눈물이 날 땐 오빠를 찾아오라고.....
오빠가 없는 곳에선 절대 울지 말랬던 그 말이.......


바보야...... 바보야.....
내 말 들려.....? 응.......?
오빠가 그랬잖아..... 울고 싶으면 오빠 찾아오라고.......
근데 오빠는 나한테 말 안해준 게 있어.....
울고 싶어서 오빨 찾아가고 싶은데....
오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말 안해주고 가버렸잖아......
나 이제 어떡해.....?
응.......?


얼마전 새천년을 맞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
난 오빠와 함께 있었습니다. 오빠의 사진을 옆에 두고.....
그렇게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눈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아마도 오빠가 그 눈물을 봤을겁니다......
그래서 전 괜찮습니다......
오빠가 있는데서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마지막 회)
사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직도 막막합니다.
여기 이야기를 올리시는 다른 분들은.....그래도....
어딘가 살아있다는 희망은 있는 분들이더군요......
하지만..... 난 너무 잘 압니다......
내가 아무리 미치도록 소리 지르고 울어도.....
아무리 울어도 울어도 오빠는 내게 오지 않는다는 걸.....


오늘..... 하루종일 방을 뒤져서 뭔가 찾아냈습니다.
: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내가 오빠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읽노라니까...... 새삼 가슴이 아프면서......
또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직.....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1년이란 시간은 오빠와의 시간들을 모두 정리하고 가슴속에 묻기엔.......
그리고 내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기엔 많이 부족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새천년이 왔지만.....
난 아직도 이렇게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면서....
밤이면 나를 찾아오는 무서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봄에....
아직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내 방에 숨어서만 지내고 싶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정리 때 결국 태우지 못했던 오빠의 사진 몇 장과
백일 때 오빠랑 나눠 꼈던 반지 하나를 품고서 말입니다........


오빠에게 마지막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그만 마칠까 합니다......


꿈에서라도 오빠를 한번만 만나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정말 가슴 아프고 슬프게도
아직 오빠는 한번도 꿈속에 날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기를 잊고 행복하게 살란 뜻일까요...... 아님.....
날 혼자 두고 가버린게 미안해서 일까요.......


오빠......
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별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단 말........
그래.... 그 말이 맞아.....
이별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거야.......
오빠는 나한테 이별을 하고 가버렸다 생각하겠지만.....
난 절대 그렇지 않아.....
난 오빠랑 이별하지 않았어.....
그리고 영원히 이별하지도 않을거구......
이제.... 아파하지 않을께.....
바보같이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오빠 이름 부르면서 울지도 않을거구
혼자 술 마시고 그런일 하지 않을께.....
오빠가 본다면 마음이 많이 아파서 힘들어질테니까.....
오빠가 힘들어하는 일 하지 않을께......
대신 그리워하지도 말란 말은 하지마......
언제까지고 오빠를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영원히 사랑할거야.....
오빠가 내게 줬던 사랑, 그 따스한 마음.....
잘 간직하고 살께....
그러니까 오빠도 편히 지내.....
나 잊으면 안돼.... 나도 오빠 안잊을 거니까...
오빠도 나 잊지 말고... 기다려......
오빠...... 사랑해.....
사....랑.....해.......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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