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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이별은 혼자할 수 없는거야★☆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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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닉스^^ 작성일01-05-03 22:08 조회9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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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이별은 혼자할 수 없는거야★☆

(16)
어디를 그렇게 걸어다녔을까요.....
그 커피숍에서 나와 정처없이 걸어다녔습니다.
그리고 밤이 늦어서야 내 자취방에 힘없이 들어갔습니다.
내 손에는 소주 4병이 들려있었습니다.
(평소 내 주량이 소주 한 병 정도거든여) 가게에서 소주만 4병을 샀습니다.
어디든 의지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소주뚜껑을 열고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병째... 그렇게 마셔댔습니다.....

꿀꺽꿀꺽... 무슨 맛인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병째 뚜껑을 열고 또 마시기 시작합니다.
두병을 연거푸 그렇게 다 마시니까 더 이상 못마실 것 같았습니다.
소리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혼자 쭈그려 앉아 눈물만 흘립니다.
그리고 간간이 소주병을 기울여 마십니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져 갑니다.
숨을 쉴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술냄새가 훅하니 끼쳐오릅니다.
그저 죽고만 싶었습니다.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속이 울렁이기 시작합니다. 바깥으로 기어나갔습니다.
마구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토하면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난 혜원이와 같은 처지가 됐습니다.
학교도 잘 가지 않았고 내내 자취방에 누워만 지냈습니다.
친구들도 처음엔 자취방에 찾아오고 하더니.....
점차 발길이 뜸해지고....연락을 않더군요....


그렇습니다. 말로만 듣던 폐인이 되어 갔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너무나 보고파졌습니다. 집에 전화를 했죠.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엄마....
눈물이 울컥 나서 몇 마디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부터 건희선배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졌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파하는데 저는 떡하니 학교만 잘 다니고 있다 합니다.
그 선량한 얼굴을 하고서.....
복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미진이란 여자한테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 말해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렇게 한다면 나는 뭐가 될까 싶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어찌 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월이 다가왔습니다.
무덥던 날씨가 어딘가로 사라지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어딘가를 싸돌아 다니다가 자취방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내 자취방은 학교 근처이기 때문에 포장마차들이 꽤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다가 포장마차를 보니까
그때 훈영이란 사람과 술을 마시던 생각이 났습니다.
떡볶이와 소주....그 미묘한 앙상블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술마시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전해줬던 삐삐번호...
하지만 차마 연락할 수 없더군요.
건희선배의 자취방에서 그 아침에....
그런 내 모습을 봤던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술이 마시고 싶다 생각하면서 포장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자 혼자 포장마차에 가니까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뭘 시킬까 생각하다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먹지도 못하는 닭똥집을 시켰습니다.
소주 한병과...... 말없이 소주 두 잔을 마셨습니다.
젓가락으로 닭똥집을 뒤적거리다가 한번 먹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맛있더군.-_- )
그러다가 가방을 뒤적거려서 다이어리를 찾아냈고,
또 다이어리를 뒤져서 꼬깃꼬깃해진 그사람(훈영오빠)의
삐삐 번호가 적힌 쪽지를 찾아냈습니다.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어쨌든 술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훈영이란 사람은 건희선배랑 꽤 친한 것 같으니까
뭔가 그 일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장마차 주인에게 잠시 말하고 밖으로 나와서 공중전화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습니다.


\"저.... 저.... 기억나세요? 이수연인데요........
술친구가 필요해요...... 여기 내 자취방 앞에 있는 포장마찬데요.....
저....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술한잔해요.....
오실 수 있으면 와 주시겠어요......?
도로에서 세번째 포장마차에요.......\"


그렇게 남겼습니다. 차라리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한시간 후에 그 사람이 왔습니다. 표정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더군요....
오더니 말없이 내 옆에 앉았습니다.
그때 난 이미 혼자서 한병 반 정도를 마셨기 때문에 좀 취해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치심같은 게 있을리 없었죠.
그 사람을 보고 한번 히죽 웃었던 것 같습니다.


\"얼굴이 엉망이네......\"


그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 듯 말했습니다.
갑자기 다시 마음이 아파집니다.
그런 따뜻한 한 마디의 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그리고 갑자기 터져나온 울음.....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그 사람 앞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났던 것일까요......


\"건희랑... 잘 안되냐?\"


그 사람이 한 말은 참 의외였습니다. 잘 안되냐니.....?
우리가 뭐 시작이라도 했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7)
훈영오빠는 아마도 건희선배랑 내가 사귀는 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둘이 친구 맞나엽? -_-;;) 나는 대답없이 술만 계속 마셨습니다.
그리고 주책스럽게도 눈물은 자꾸만 흘렀습니다.


\"임마.... 남자랑 잘 안된다고 그렇게 울면 세상에 울 일 진짜 없겠다.\"


훈영오빠는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펑펑 더 납니다.
그렇게 울면서 술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람도 나도 말없이 옆에 앉아 술 마셔주는 데는 이력이 났나 봅니다.
내가 아무말도 안하는데 훈영오빠도 아무 말없이 옆에서 그냥 술만 마셔줬습니다.
그래서 더욱 훈영오빠한테 연락이 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릅니다.


포장마차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마구 흔들렸습니다.
훈영오빠가 행여나 잡아줄려고 팔을 내밀면 뿌리치고,
넘어진 걸 일으켜 세울려면 또 뿌리치고 했습니다.
(사실 그때 필름이 끊겨서 잘 생각나지 않아서 후에 훈영오빠가 말해줬던 대로
씁니다.)
그리고 또 울고..... 아예 소리도 지르더라는 군요.....
그때 내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냐 하면....


\"야.... 김건희..... 그래... 야이 나쁜놈아..... 그래..... 잘났다....
니 잘못은 하나도 없지? 그래... 다 술이 잘못이겠지 뭐....
에잇 나쁜놈아... 죽어버렷\" 이랬답니다.
그리고 또 엉엉 울고.....
훈영오빠는 당황해서 죽을 뻔했다더군요....
더구나 훈영오빠를 붙들고 이런 말도 했답니다.


\"글쎄.... 내 말 좀 들어볼래요?
세상에 이런 나쁜놈이 다 있더라구요......
아 글쎄..... 김건희란 나쁜놈이 있는데요....
이 놈 진짜 나쁜놈이에요.....
맞죠? 그죠? 대답해봐요.... 이 놈 나쁜놈이죠....?\"


그렇게 훈영오빨 붙들고 강요를 하더라는 겁니다....후훗....
아마도 한이 많이 맺혔나 보죠......


내 행동을 보고 훈영오빠는 감을 잡았다고 합니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걸.... 느낌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하긴....저렇게 말하는데 모를 사람이 어딨겠어요....
바보라도 다 알겠네.....
씁쓸하군요... 훈영오빠에게 난 언제나 부족한 존재이기만 했다는 사실이......
지금 또 새삼스레 내 가슴을 짓누르는 군요.....
오빠에게 언제나 나는 부족하기만 한 존재였다는 게.....


내 자취방 앞에 도착해서 내가 집에 안들어 갈려고 했다 합니다.
자취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젠 소리없이 울더랍니다.
소리 지르는데 지쳤는지 이젠 소리도 안지르고 그냥 울고만 있더랍니다.
그리고 간간이 흐느끼면서 이러더랍니다.


\"저기요..... 나 이제 어떻게 살죠......? 진짜 어떻게 살죠.....?
울 엄마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요.... 진짜 미안해서 어떡해요....
이제까지 잘 키워 주셨는데.... 흑흑흑.... 엄마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요......\"


그때 쪼그려 앉은 내 어깨가 너무 작고 애처로워 보여서
훈영오빠는 마음이 시렸다고 훗날에 나에게 살짝 얘기해 줬었습니다.
당시엔 그런 걸 꿈에도 몰랐죠.
어쨌든 그렇게 울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긴 했어요....
그리고........


(18)
다음날 눈을 뜨니 내 자취방이었고... 아침이었고...
머리맡엔 물병이랑 컵이 놓여있었죠.
물을 한잔 마시고 머리가 깨어질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를 되짚어 보려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필름 끊겼을 때 기분.... 아세요? 엄청 두려운 그 기분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하나도 모르는 그 두려운 기분.....
주위를 둘러보니까 책상위에 작은 메모가 있었습니다.
어딘지 낯익은 글씨.... 휘갈겨 쓴 그 글씨는 훈영오빠의 글씨체였습니다.


\'일어나서 몸이 안좋으면 약 하나 사먹어라. 어제 너 너무 무리했어 임마.....
그리고 니 다이어리 뒤져서 명함 하나 가져간다.
말도 없이 뒤져서 미안하다. 그럼 담에 또 보자..... 훈영\'
그때 컴퓨터 사진 찍어서 명함 만드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나두 그런 걸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걸 하나 가져갔나 봅니다.
웬일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물론 그날도 학교 안갔져...)
삐삐가 울렸습니다.


\"나 훈영이다. 지금 니 방 앞에 와 있는데 잠깐만 나와라.\"


그 말만 남겨져 있었습니다. 놀라서 옷을 아무렇게나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가니까
바로 앞에 훈영오빠가 담배를 피우면서 서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가니까 발 밑으로 담배를 버리고 발로 비벼 끄더군요.


\"어제.... 죄송했어요.... 좀 불쾌하셨죠....?\"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훈영오빠는 표정이 별루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민망해서 어디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우린 그렇게 마주보고 서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관계는 아니잖아요......


\"건희 만났다.....\"


훈영오빠가 한 말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건희라는 이름을 들으니까 피가 거꾸로 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땅바닥만 발로 문질러 대고 있었습니다.


\"너 요즘 학교 안나간다며.......?\"


훈영오빠는 내가 찔릴 말들만 골라서 하는 사람 같습니다.
더 민망해져 고개를 못듭니다.


\"임마.... 그러면 너만 손해야.... 학교 다녀.
그리고 악착같이 공부해.
보란듯이 잘 살면 되는거야..... 바보같이......\"


훈영오빠는 혀를 끌끌 찹니다.
또 소리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울지도 마. 무슨 죄지었어? 언제까지 그렇게 울면서 살꺼야?
내 친구가 저지른 일이고 또 내가 널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해서.....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알아 들어 임마?\"


훈영오빠가 말 끝마다 뱉는 \'임마\'라는 말.....
오빠는 진짜 그 말을 자주 했었죠.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무조건 임마였어요.....
그 \'임마\'라는 말까지 정겨운 사람이었었죠....


다음날... 전 학교를 갔어요...
아마도 훈영오빠의 그 말이 내겐 큰 힘이 되었었나 봅니다.
용기내서 학과 사무실엘 들렀더니.... 이런.... 건희선배가 보이더군요.....
근데 어디서 싸웠는지 얼굴이 쥐어 터져설랑은.....
멍이 푸릇푸릇 들어 있고 입술 주위가 터져있더군요.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겠죠? 어젯밤....
훈영오빠가 건희선배를 때린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더러운 짓(?)이나 하고 다니는 친구가 보기 싫어서
죽도록 패줬는지도 모를 일이죠......


선배가 내 눈을 피합니다. 나도 선배를 피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왠지 편안해졌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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